얼굴마담(manageress)
지금은 외국계 커피 전문점이 그 자리를 대신했지만, 일제시대에서 80년대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다방(茶房: coffee shop, tea house)을 애용해 왔다. 문화시설이 부족하던 그 시절에는 다방이 차를 마시고 대화를 나누는 장소 이상의 역할을 했었다. 전시회, 서화전, 출판기념회 등이 열리는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였으며 갈 곳 없던 고학력 실업자의 휴게실 역할도 했다.
다방이란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역할이 있었다. 소위 실세(實勢)인 주인이 있고, 얼굴이 고운 약간은 나이가 있는 얼굴마담이 있고, 손님 곁에서 재롱을 떠는 발랄한 레지가 있고, 차 값을 계산해 주는 카운터, 그리고 주방을 맡는 주방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. 이 중에서 손님을 끄는 역할은 얼굴마담의 몫이었다. 당시 잘 나가는 다방에는 어김 없이 잘 나가는 얼굴마담이 있었으니 말이다. 손님과는 멀리 떨어진 자리에 다소곳이 앉아 은은한 미소를 보내면 손님들은 그 신비한 미소를 한 번 더 보려고 그 다방을 다시 찾게 되는 것이다.
이 얼굴마담에 해당하는 단어는 manageress이다. 이 단어의 정의를 올인올 영영 사전에서 찾아보면,
여성 메니저란 뜻이지만 부정적인 뉘앙스를 지니고 있으며 공식적인 직함으로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되어 있다.
(sometimes considered offensive) a female manager of a business, etc. Not usually used in official titles)
한 정치인이 ’당신은 ***당의 얼굴마담입니다’라는 말을 들었다면, 기분이 어떨까? 당연히 기분이 나쁠 것이다. 실세가 아니라 일반인의 인기몰이에 동원된 광대 같은 존재라는 냉소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. 우리말(얼굴마담)에서나 영어(manageress)에서나 함부로 쓰다가는 큰 코 다칠만한 말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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